<8월의 화염>저자 영화감독 변정욱 인터뷰

2023-12-05


Q. 소설 8월의 화염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미국에서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총포상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판매 예정인 무기류를 차로 운반 도중에 이를 사전에 안 갱단들이 무기를 탈취하고자 차에 총격을 가했고, 서로 간에 총격전이 오가다가 순식간에 두 발의 총알을 가슴에 맞았다. 한발은 관통을 하고 한발은 가슴 옆에 박힌 채로 응급처치와 수술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 안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기 위해 부친의 권유로 한국의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하나의 운명인지... 당시에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1974년 8월15일 국립극장 저격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육영수 여사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였고, 내가 수술을 받던 수술대 역시 당시에 육여사가 수술을 받았던 수술대임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운명적인 교감을 갖게 되었고, 사명감으로 당시의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당시 사건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만약, 나에게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개인이 조사하기에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했던 사건인데 조력자가 있었나?

A. 안타깝게 조력자는 없었다. 혼자 모든 리서치를 해야 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815 저격사건을 시나리오로 써보라는 용기를 준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Q. 영화인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A.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원래 서울예고 미술과 전공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역시 영화감독이셨던 부친(변장호감독)이 항상 촬영장을 데리고 다녔기에 영화라는 분야가 나의 삶의 일부처럼 느껴졌고 부친의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다. 

나의 MBTI는 ENFP이다. 신기하게도 모든 성향이 나와 같아서 놀랐다.



Q.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은?

A. 대한민국 최초의 디지털 방송국의 대표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출근하자마자 결제 도장을 찍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일이 나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던 때에 우연히도 CF영상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

국가 홍보영상이었는데, 당시가 IMF시기라 힘들었던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있는 영상이었다. 소위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국민에게 불어 넣어 주고 해외에는 한국의 저력과 극복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마치 영화처럼 표현하여 큰 찬사를 받게 되었고,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과감히 대표직을 사임하게 되었다.



Q. 영화를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있나?

A. 영화를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진실과 정의,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다. 

영화와 현실의 세계는 사뭇 다르다.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하고 각박하지만, 영화에서 악인이 온갖 살인과 악행을 저지르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웃음) 영화 속에서 만큼은 돈보다는 사랑과 정의를 선택할 수 있다. 

아마도 영화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선한 영향력으로 세뇌 하는 최고의 도구일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유명 목사님께서 나의 직업이 부럽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은 아무리 열심히 설교를 해도 믿음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도 할 수 있지만, 영화감독은 불특정 다수에게 영상을 통하여 감동과 진실을 눈으로 직접 체험하게 만들고, 이 세상에 없어지더라도 영원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 값어치 있는 직업이 어딨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Q. 8월의 화염 시나리오 작업 과정은?

A. 나는 글을 쓰고 영상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영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글로 바꾸는 식의 나만의 방식으로 글을 쓴다.

8월의 화염은 실화가 바탕이다 보니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었고(정치적인 비호세력) 사건의 모든 조력자, 공범들을 만나기 위하여 해외를 20회나 드나들었다. 그 방대한 자료조사에 주변에선 내가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고들 말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오히려 오기를 자극했고, 마지막 진실의 퍼즐을 사건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16mm 필름)를 입수해 퍼즐을 맞출 수 잇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LA 타임즈 기자 사무엘 J 제임스, cbs 뉴스 특파원 브루스 버닝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표한다.



Q. 영화화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A. 사건에 대한 자료조사로만 7년의 세월을 보냈고, 시나리오 완성까지 또 3년, 10년이 넘어 걸렸다. 이후, 영화제작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정치적인 압력으로 인해 제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이후 정권이 교체되며 2021년에 촬영을 위해 배우 캐스팅까지 끝난 상황에서 또다시 코로나로 인해 제작이 또 다시 중단되었다. 그 때 좌절했던 심정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소설로 바꾼 소설책을 먼저 출간하게 된 것이다. 



Q. 작가로서 첫 데뷔작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는가?

A. 나는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공부했다. 영화와 소설은 포인트 오브 뷰(시점)이 다르다. 

소설은 1인칭, 3인칭 및 전지적 작가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할 수 있으나, 영화는 시점이 소설에 비해 극히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시나리오와 소설의 표현 방법이 워낙 상이하기에 시나리오작법에 익숙한 본인으로써는 많은 어려움을 느꼈고 중도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서히 소설기법이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소설작법이 시나리오작법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영화라는 2시간가량의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표현할 수 없었던 각 캐릭터의 내부 심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었고, 러닝타임으로 인해 집어넣지 못햇던 모든 부분을 쏟아 넣을 수 있어서 재밌었다.

이후, 국내 메이저 출판사 10곳에 투고하였는데, 다행히도 여섯 군데서 계약을 제시하였고, 그중 가장 믿음이 갔던 쌤앤파커스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Q. 역경을 이겨내고 책을 완성하였을 때 기분이 어땠나?

A. 아직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 이기에 내 임무가 끝났다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시작의 첫 단추는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광고가 나가자, 책을 읽지도 않은 사람들의 지레짐작으로 책에 대한 악플이 쏟아졌을 때에는 정말 분노하였다.

8월의 화염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룬소설이 아니다. 다만, 사건을 중심으로 변호사의 가장 객관적인 시점으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소설이다. 하지만, 책을 접하지도 않은 사람 중 보수성향 사람들은 진보적 시각으로 만든 소설이라고 욕하고, 진보 성향 사람들은 보수를 옹호한 소설이라고 욕했다. 어이가 없질 않겠는가? (웃음)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내 책에서도 모든 것을 중립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책을 읽지도 않은 사람들의 아님 말고 식 평가는 정말 작가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다행히 202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 나눔 선정작이 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비롯된 탄탄한 구성 및 스피드한 전개와 영화 같은 반전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당연한 평가일 것이다. 그것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만든 소설이니... 



Q.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은?

A. 나는 영화의 방향성을 정하면 이미지로 머릿속에서 세팅이 완성된다. 난 그것이 최종 맞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것 같다. 

‘8월의 화염’을 완성하였을 때 많은분들이 나의 끈기와 인내력에 많은 찬사를 주었다. 

그와 반면, 사람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난 꾀나 귀가 열려있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 편이다. 이유 없는 아집이나 독불장군식 고집은 불통만을 만들뿐이다. 난 모든 스태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 그들의 아이디어가 나의 생각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반영한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소통이 즐겁고 모든 이들의 생각을 소중히 한다.



Q. SBS 슈퍼모델 대회를 진행하며 재미있던 일화는?

A. 대회진행보다는 대회에서 수상했던 슈퍼모델들을 해외에 데리고 가서 유명 에이전시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뉴욕에 있는 에이전시인 Elite, Ford, DNA, De model과 LA에 있는 LA models, 프랑스와 이태리에 있는 에이전시 등에 직접 데리고 가서 계약을 성사시켰던 기억이 제일 보람차고 좋았다.



Q. 따님을 키우고 계신 아빠로써 나만의 육아 노하우가 있다면?

A. 노하우랄 것은 없다. 다만, 사람들은 흔히 돈을 버느라 바쁘기에 자식과 보낼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자주 댄다. 

 하지만, 어린 자식이 아빠를 찾는 시간은 나중에 돈을 다 번 이후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하고자 하는 시간은 일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긴 시간도 결코 아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서 번 돈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시간이다. 난 다만 아빠를 찾는 나의 딸과의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을 뿐이다. 



Q. 2023년 앞으로의 계획은?

A. 올해 ‘8월의 화염’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난 그에 따른 연출을 차분히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