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PLUS 대표, 한국무용가 신하얀님을 만나다.

2023-12-05

안녕하세요. 렛디트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렛디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무용을 전공하여 ‘춤으로 세상에 이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문화 무용가’ 신하얀입니다. 현재 ‘신하얀 춤plus'라는 단체 대표로서 무용을 주축으로 공연예술 기획, 교육, 연구, 안무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의 전공인 한국무용 공연예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 전통춤 공연과 다원예술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공연하고 있는 작품들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서 승무와 살풀이춤(이매방류-김묘선)이며, 그 밖에도 소고춤, 진도북춤, 부채춤, 검무, 무당춤, 부채산조, 입춤 등의 다양한 전통문화 예술로서 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원예술에서는 행위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창작을 목표로 전위예술과 개념예술을 혼재한 형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신하얀 춤PLUS 연계 단체로서 ’문화 예술 D.arte‘를 통해 신진예술인들과 교류하고 그 안에서 시각, 영상, 음악, 국악 등의 다양한 예술인들과 함께 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독서모임을 운영하여 책을 통한 예술적 깊이를 더 하고 문화와 예술의 연구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동부터 노인까지 대상을 아우르는 예술교육을 지향하여 세대가 공감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용으로서 춤을 교육하고 있는 교육가이기도 합니다.

   

한국 무용을 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처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에 개인 레슨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지인 소개로 알게 되신 무용선생님으로부터 기초 레슨 정도의 무용을 접하게 되었다가 중학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느 예술가들처럼 3살 때부터 음악이 나오면 춤을 아주 신나게 추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 7살 쯤엔 할머니 한복을 꺼내 입고 춤추고 놀다가 혼나기도 하고, 화장지를 길게 늘어뜨려 춤추기도 했습니다. 동생들과 대형 화가들처럼 집안 곳곳에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하고, 집안 살림으로 북처럼 두드리고 소리 내어 놀고, 거울을 보며 연예인들처럼 연극놀이에 빠져 지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무용을 꼭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하얀 이는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라는 마음이 있으셨는지 생각보다 일찍 저에게 무용을 접하게 해 주셨습니다.




한국 무용이 가진 예술적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무용은 먼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무용을 하는 고유명사 격의 춤의 형태로서 한국춤의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무용으로서 공연예술 형태를 말합니다. 둘째는 한국 전통춤으로서 전통예술에 기반하는 우리의 전통무용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자는 다양한 공연예술로서 한국무용을 기반한 창작된 형태이고, 후자는 앞서 제가 말씀드린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소고춤, 진도북춤 등의 전통춤입니다. 이 두 가지 형태가 모두 한국무용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무용의 예술적 가치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공연예술로서 한국무용은 현대에 이르러 매우 중요한 역할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국 전통춤 또한 전통예술을 이어가고 우리의 역사적 정신을 표현한다는 점이 매우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용예술은 ‘인간의 몸을 도구로 사용하여 춤을 통해 인류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전통춤 속에서 흐르는 한국의 고유한 감정을 밖으로 이끌어내어 현대의 공연예술적 아름다움을 가미한 한국 창작무용은 한국인만의 독특한 본능적인 춤의 메소드를 표현하는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춤을 매개로 하여 무용은 재미와 감동, 슬픔과 희열, 기쁨과 환희 등을 맛보게 되는데, 인간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공연예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국무용으로서 전통춤은 전통예술 분야에 속하기도 하는데, 이 춤은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수많은 세월을 담아낸 하나의 ‘상징 무용’이기도 합니다. 이 춤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그릇이며, 민족의 긍지를 춤으로 승화해 낸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예술표현 중에는 ‘곡선의 미학’이 있는데요. 한국 전통춤은 모두 ‘곡선’을 강조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 전통춤을 춘다는 것은 한국무용인에게는 당연히 귀결되어야 하는 숙명이며, 우리의 민족 정서를 이어가는 예술적 가치이자 역할이기도 합니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등 무용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모든 예술적 재능은 타고난 재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에 ‘끼’라고 표현합니다. 끼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타나곤 합니다. 저도 그러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발레의 경우는 신체조건이 타고난 재능 중 하나입니다. 리듬감, 신체감각, 표현성 모두 중요하지만 발레의 움직임 특성 상 다리 모양, 신체의 균형 등이 발레를 표현하기 위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와 같이 모든 발레를 포함한 모든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신체의 비율이나 균형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한국무용은 신체조건도 중요하지만 30대가 넘어가면 자신만의 예술적 창작세계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아무리 신체조건이 좋아 표현력이 뛰어나도 결국에 무용 전문가로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용예술세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것은 엄청난 노력과 각고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먼저 나에 대한 탐구와 무용예술에 대한 이론적 이해, 무용 작품의 창작과 참여 과정의 수많은 경험 등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무용수의 가장 뛰어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꾸준함과 성실함’입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예술적 ‘끼’와 노력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갖췄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춤을 사랑하는 마음’ 혹은 ‘춤을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춤을 출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나 춤을 통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이 매우 즐거운 일이라 생각이 든다면 그 무용수는 가장 훌륭한 무용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시 말해 춤을 추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하는 그 ‘마음’입니다.


평소 체력 관리를 위해 따로 하는 운동이 있을까요?

무용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고되고 바쁜 일 중 하나입니다.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건강이 무너지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저는 평소 체력관리를 위해 ‘물 2L 마시기’를 지키려 노력합니다. 수분을 보충하는 일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체온 유지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물은 매일 마시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요가 스트레칭을 즐겨 하는 편입니다. 영양 보충을 위해 영양제와 신선한 채소, 과일도 챙겨 먹으려 노력합니다. 사실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신 건강관리가 아닐까 합니다.

    

하얀 님의 삶에서 한국무용은 어떤 존재인가요?

춤은 제게 어렸을 때부터 즐거운 일 중 하나였고, 현재는 저의 직업으로서 제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도 벅찬 부모님 같기도 합니다. 춤을 추다 보면 인생의 가르침을 얻기도 하는 데 그때는 제게 스승 같기도 하며 때로는 온갖 감정을 느끼게 되어 사랑에 빠지는 연인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제게 춤과 무용은 ‘인생’입니다. 인생은 살고 싶다고 사는 것이 아니며, 등지고 싶다고 등을 지고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한국무용의 춤은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젊은 나이에 '한'을 표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한’이라는 것은 우리의 억눌린 감정을 말하는 데 ‘한’을 춤으로 아름답거나 멋있거나 혹은 상징적,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한을 표현해야 할 때 저의 가장 힘들었거나 혹은 너무 행복했던 일을 제 기억 창고에서 꺼내어 생각합니다. 연습할 때 그 작품에 맞는 저의 경험적 기억을 떠올려 메모하기도 하고 안무노트를 만들어 그것을 기록에 두기도 하면서 저의 여러 기억들을 모아 작품을 무대에 선보였을 때 그 작품에 맞는 ‘한’이라는 감정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슬럼프가 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은?

저는 슬럼프가 길었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짧게 자주 오는 편입니다. 그럴 때는 ‘잠’을 많이 잡니다. 이 일에 염증을 느끼거나 힘든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작품이 잘되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게 되면 쉬는 날에 하루 종일 잠을 청합니다. 잠을 자고 자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회복되어 개운해진 마음과 머리로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면 상쾌한 기분으로 그 일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보면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나 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잠을 아주 많이 잡니다.

     

창작하신 작품 중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는?

2022년 올해 안양문화예술재단에 신진예술가로 선정되어 기획 제작했던 다원예술작품 ‘상징의 시작’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이 작품은 안양에 소재한 김중업 건축박물관을 기점으로 한국인 최초의 세계적인 건축예술가 고 김중업 선생의 예술세계를 행위적 다원예술로 표현한 영상작품인데, 그 작품은 시각(한국화), 영상, 무용 등의 융복합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김중업 선생인 건축에서 ‘곡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예술세계를 중점으로 퍼포먼스로 구성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오로지 저만의 예술세계를 모두 투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언제나 한국무용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예술 상징으로 구현하는 창작활동을 고민해왔습니다. 한국무용을 우리의 일상과 타 장르들을 협업하여 앞으로 ‘우리 삶에 스며드는’ 형태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처음 실현한 작품이었기에 가장 애착이 많이 갑니다.

  

춤PLUS 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저의 꿈은 ‘예술이 가득한 행복해지는 세상’입니다. 너무나 허황된 꿈이지요. 저도 압니다. 모두가 그림을 그리고 모두가 춤을 추고 모두가 노래하는 그런 세상 말이죠. 춤을 통해서 세상이 밝아지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이 단체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전통춤을 구현하기도 하고, 재해석하기도 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제작하며 한국무용의 다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모든 춤을 자유롭게 연구하고, 세상 사람들과 연결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춤추는 것이 행복한 일 중 하나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 단체를 결성했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들을 우리 단체 구성원들과 함께 이루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사실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반대하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춤추며 공부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안타까우면서 철없다는 비난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춤을 통해 나의 꿈을 이룬다면 분명히 나의 믿음을 모두가 존중해 줄 거야’ 라구요. 현재는 그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점점 행복해지는 요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저의 스토리를 담은 춤으로 인해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되찾아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러한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무용수를 꿈꾸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춤을 추는 것이 즐거운 무용수 여러분들! 춤추는 그 즐거운 마음을 기억하세요. 춤을 출 때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것이 아닙니다. 때론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가득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춤을 그만둘 수 없다면 춤을 추는 ‘그 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왜 이 무용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내가 왜 이 무용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이죠. 그것이 정확하다면 당신은 벌써 뛰어난 무용수이자 위대한 무용가입니다. 

     

2023년 새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사실 아직 저는 새해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대부분 중장기 목표들이어서 올해의 단기적인 목표로 전부를 담기에는 부족하다고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래서 새해의 목표는 저의 중요한 목표들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춤을 통해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시작할 의지로 충만한 2023년입니다. 그 의지를 확고히 하는 일에 2023년을 집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